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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기 공익기자단] 어느 평범한 아줌마의 동물권 교육 참관기

공익활동 소식
작성자
군포시공익활동지원센터
작성일
2023-05-12 15:01
조회
405

2023년 4월 13일 목요일 저녁 7시 군포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새벽이생추어리 찾아가는 동물권 교육>이 열렸다. (*‘동물권’이란 영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라이더(Richard Ryder)가 주창한 개념으로 1975년 호주의 철학자 피터 싱어(Peter Singer)가 저서 <동물해방>에서 동물권 문제를 제기한 것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동물권 운동’은 자신이 어떤 종에 속한다는 이유로 다른 종의 동물을 차별하는 것을 반대하는 운동을 말한다.)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본다.

1. 동물해방이 왜 모두의 해방인가? 동물해방이 곧 인간해방이기 때문이다. 동물권 활동가들은 식용 고기를 대량 생산하기 위한 공장식 축산으로 인해 동물들이 겪는 억압과 착취, 죽음을 종차별주의에 의한 폭력으로 규정한다. 공장식 축산의 사료 재배를 위해 아마존 열대 우림의 3분의 1이 파괴되었고, 이렇게 대량으로 길러지는 동물들의 트림, 방귀, 배설물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는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살아있는 동물을 만나는 대신 고기로 포장된 동물을 소비한다. 공장식 축산 농장은 악취를 풍기는 혐오 시설로 인식되어 지역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고된 축산 노동에는 이주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종사한다. 해마다 공장식 축산 시스템으로 인한 전염병 때문에 살아있는 동물들이 살처분 된다. 이렇게 인간과 동물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착취적 시스템 속에서 인간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다. 따라서 ‘내’가 해방되기 위해서는 비인간 동물이 해방되어야 한다.

2. 생추어리(Sanctuary)는 ‘신성한 장소 즉 성소’에서 파생된 ‘피난처, 안식처’의 의미로 새벽이생추어리는 농장 동물 생추어리(Farm Sanctuary)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1980년대 공장식 축산 현장에서 버림받은 병든 동물을 구조해 돌보는 팜 생추어리가 미국에서 생겨난 뒤 전 세계적으로 농장 동물들을 위한 생추어리들이 확산되었다. 이러한 생추어리들은 동물권 단체로서 강력한 역할을 자임해 왔다. 구조된 동물들이 어떤 학대와 폭력을 겪었는지 각자의 사연을 소개하고 이들이 소모품으로 여겨져 쉽게 죽임 당하는 환경에서 벗어나 생추어리에 와서 얼마나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지를 알리면서 동물권 지식의 향상에 크게 기여해 왔다.

현재 글로벌 애니멀 생추어리 연합 지도에 등록되어 있는 생추어리는 200여개이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생추어리가 전 세계에 존재할 것으로 추정한다. 생추어리는 인간 중심적 입장에서 동물을 수용하는 동물원이나 임시 동물 보호소와 달리 가장 동물권에 입각한 공간으로 입주한 동물이 자연사할 때까지 자유롭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 생추어리에도 한계는 있다. 거주동물이 가보고 싶은 곳에 자유롭게 갈 수 없고, 오직 생추어리 농장 안에만 있어야 하며 동물 전염병 발생 시 예방적 살처분을 피해 몸을 숨겨야 한다.



3. 국내 1호 생추어리인 새벽이 생추어리는 2020년 5월에 조성되었다. 거기에는 ‘새벽이’와 ‘잔디’ 두 명(命, 동물권 활동가들은 동물을 세는 단위로 ‘목숨 명’을 쓴다.)의 돼지가 살고 있다.

새벽이는 경기도 화성의 한 종돈장에서 태어나 생후 2주차인 2019년 7월의 어느 새벽, 디엑스이코리아(DxE Korea) 활동가들에 의해 한국 최초로 공개구조 되었다. 새벽이라는 이름은 동물해방의 새벽을 여는 동물권 활동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새벽이는 구조 당시 꼬리와 이빨, 고환이 잘려 있었고 곰팡이성 피부염으로 고통 받고 있었다. 구조된 직후 얼마간 어느 활동가의 집에 머물렀지만 빠르게 자라 더 이상 사람의 집에 머물 수 없게 되자 다른 동물권 단체가 운영하는 보호소로 옮겼다가 2020년 5월 넓은 땅에 마련된 생추어리에 입주했다. 생후 6개월이면 도살당할 운명을 비껴간 새벽이는 이제 200kg을 훌쩍 넘는 건장한 돼지로 성장해 강인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2021년 2월 두 번째로 생추어리에 입주한 ‘잔디’는 의약 회사로 추정되는 곳에서 실험동물로 길러진 돼지로 실험실 탈출을 감행하다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회사에서 회복이 더딘 잔디의 안락사를 요구했지만, 새벽이를 보호했던 활동가를 극적으로 만나 안락사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잔디는 새벽이생추어리에 입주하던 날 태어나 처음 흙을 밟았다. 코로 조심스럽게 흙냄새를 맡던 잔디는 이제 마음껏 코로 흙을 파고 진흙목욕도 즐긴다. 강력한 삶의 의지로 다채로운 감정과 욕구를 표현하는 잔디는 비인간 동물 또한 취향과 고유한 성격이 있는 개별적 존재임을 드러낸다.

​4. 새벽이와 잔디의 생추어리 생활
동영상을 통해 생추어리의 환경과 보듬이(*새벽이 생추어리 거주동물을 보듬는 이)들과 함께 하는 새벽이 잔디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여느 반려동물들과 사람의 일상을 연상시키는 면도 있지만 그보다 더 자유로운 야생의 모습이 많이 보이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생활이었다. 보듬이들은 새벽이와 잔디의 습성과 호불호를 잘 알고 그들이 안정되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또한 새벽이와 잔디를 동물권 투쟁을 함께 하는 동료로 인식하는 마음가짐으로 그들을 보듬으며 생추어리 운동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여기까지 새벽이 잔디의 이야기와 생추어리의 활동을 접하면서 몇 가지 장면과 이야기가 떠올랐다. 영화 <아바타2>에서 인간이 자행하는 야만적인 툴쿤(고래와 비슷한 외계의 거대 해양 생명체) 사냥을 보며 인간이라는 종의 어리석음과 잔혹함에 몸서리치며 울었던 일,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의 미자와 슈퍼돼지 옥자,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 속 농가를 탈출한 암탉 잎싹과 새끼를 살리기 위해 다른 동물을 먹어야 하는 어미 족제비의 이야기. 더불어 반려동물의 생을 감당하기 위해 공장식으로 생산되어 팔려가고 인간과 함께 살다 버려지는 수많은 강아지들과 학대받는 고양이들이 떠올랐다.

때때로 단백질에 미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요즘 사람들은 단백질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성장기에는 잘 성장하기 위해, 나이가 들면 더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고 건강한 노후를 영위하기 위해 단백질은 꾸준히 섭취해야 하는 필수 영양소로 꼽힌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많은 고기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병든 환경 속에서 불행하고 병든 방법으로 급속하게 살찌워진 동물의 고기가 과연 우리 인간의 몸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 건강을 위해 동물성 단백질이 필요하다 해도 그렇게 자주, 그렇게 많은 양의 고기를 먹는 행위가 정말로 필요한 걸까?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생추어리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들의 앞으로의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리라. 어떤 이들은 동물권 운동이 너무 과격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또 어떤 이들에겐 생추어리 활동이 너무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거나 모순과 한계가 많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저 끝에 낭떠러지가 있는 줄 모르고 초원을 달려가는 양과 염소 떼를 향해 뿔나팔을 부는 목동처럼 동물권 활동가와 생추어리가 인류에게 경보를 울리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새벽이생추어리는 앞으로 불평등과 차별을 겪고 있는 이들과 연대해 운동을 확장하고 지속가능한 생태 순환의 삶을 지향하면서 더 많은 구조된 동물의 안식처로 자리매김하기를 꿈꾸고 있다. 새벽이생추어리와 함께 하는 방법에는 새생이, 보듬이, 매생이 이렇게 3가지의 방법이 있다. 새생이는 생추어리 운영 활동가를 뜻하고 보듬이는 동물들을 보듬는 활동가, 매생이는 매일 응원하거나 매월 후원하는 이를 뜻한다.

앞으로 걸어갈 모든 여정이 처음 걸어보는 길이 될 새벽이생추어리에 힘과 응원이 되어줄 많은 새생이, 보듬이, 매생이들이 생겨나길 기대한다. 길바닥 틈마다 씩씩하게 피어나는 노란 민들레가 홀씨가 되어 멀리 멀리 퍼져 나가듯 인간과 동물 서로를 살리는 동물권 운동의 작은 실천들도 평범한 이들의 관심과 응원을 통해 널리 널리 퍼져 나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