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기 공익기자단] 원도심의 문화적 활성화를 위한 군포 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토론회
도시를 바꾸기 위해서는 기존에 있는 도시의 장점을 살리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개성을 살리면서도 도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군포는 최근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문화가 갖는, 우리가 흔히 ‘소프트 파워’라고 부르는 힘은 생각보다 거대합니다. 무엇보다 문화는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강한 결속력을, 어떤 면에서는 다채로운 개성을 갖게 만드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 도시가 어떤 문화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그 도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삶의 질이 달라지기도 하죠. 그래서 그 도시의 문화를 증진하는 것은 결국 삶과 인생에 대한 고민이기도 합니다. 오늘 ‘원도심의 문화적 활성화를 위한 군포 문화도시 조성’이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토론회 역시 군포시가 갖고 있는 고유함을 살리면서 군포시민들의 공익적 삶을 조금 더 가치있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논의의 장이었습니다.
오늘의 토론을 위해서 군포시민들을 비롯한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이 참석하였습니다. 김철수 군포시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 김경란 한국외국어대학교 특임 교수, 은재훈 도시재생 기자단, 최정한 공간문화센터 대표, 민운기 스페이스빈 대표 등이 오늘 토론회에 참가하여 군포시가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알아야 할 혹은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1. 최정한 대표의 첫 번째 주제 발표 현장]
가장 먼저 발표를 맡아주신 분은 공간문화센터의 최정한 대표였습니다. 그는 해외의 여러 문화도시의 사례를 들어 문화도시가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특히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걷기’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정확하게 어떤 개념인지 잘 잡히지 않는 ‘문화도시’의 윤곽을 느껴볼 수 있도록 하는 발표이기도 했습니다. 최정한 대표는 기존 도시들이 산업 혹은 자본을 중심으로 개발되면서 죽어간 지역 문화의 뿌리들을 다시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지역 문화가 바로 문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원래 많은 도시들이 자본주의 초기에 만들어졌고, 그때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들어오면서 도시 위생이나 안전이나 쾌적성 등 모든 부분에서 문제가 커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인구 밀도를 높이고, 고층화되는 형태로 도시를 설계하게 되었고, 단위화된 주거 단지들과 일터 즉, 산업 공간들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자동차를 중심의 교통체계가 자리를 잡아 나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설계된 도시도 장점을 갖고 있지만, 문제는 이것이 인간을 위한 인간 중심의 도시는 아니었다는 것만은 사실이었습니다. 일단 이런 도시에서 살게 되면, 우리가 익히 경험하였듯, 오랜 세월 동안 형성되었던 집들, 길들,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가 모두 붕괴하게 됩니다. 기존의 모더니즘 도시계획에 의문을 제기했던 제인 제이콥스 여사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요청했습니다.
“창문 밖을 보십시오. 사람들을 보십시오. 계획하고 설계하기 전에 인생을 살펴보십시오.”
제인 제이콥스 여사의 질문은. 우리가 그간 도시를 계획하며 놓치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사람’을 발견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도시는 결국 사람이 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공익적 공간이니까요. 카를로스 모레노는 ‘15분의 도시’라는 개념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도시의 삶을 휴먼스케일의 공간으로 통합하고 도보와 자전거로 도시 경험을 구성하여 본질적인 것들을 누릴 수 있어야 하며 그 거리는 도보 또는 자전거를 타고 15분거리여야 한다.” 이 개념은 사람들이 강요된 이동이 아닌 선택적 이동을 가능케 하는 근접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도시 개발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도시의 삶을 개발해야 하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개념이기도 하죠. 이렇게 되면, 도시의 환경 오염 문제 해결에 기여함과 동시에, 시민 스스로 공간을 적극적으로 주도화여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로테르담에서는 철길과 도로로 인해 조각나 지역을 이어주고자 건축가들과 시민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기반으로 루흐트진겔 즉, 공중보행육교를 살리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그 결과 끊어졌던 지역들이 연결되고, 도시가 재생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최정한 대표는 90년대 중반 이후에 약 7년 간 인사동의 골목길을 살리기 위해 애썼던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유명한 인사동 골목길이지만, 당시에는 이 골목길을 모두 없애고, 도로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정훈 대표는 골목길 사이사이에 있는 약 500여개의 가게, 여관들과 이들이 만들어내는 인사동만의 장소성, 새로움이 마치 갯벌의 생태계와 같이 앞으로 더 많은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곳으로 보였다고 합니다. 결국 인사동의 골목길을 살린 결과, 지금의 인사동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고유한 색을 지닌 곳이 되었죠.
최정훈 대표가 전하고자 했던 문화 도시의 핵심은 ‘사람’ 그 자체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사람이 만들어낸 것들에 세월이 쌓이면서 태어나게 되는 ‘문화의 본질’을 다시금 일깨울 수 있는 발표였습니다. 이어서는 스페이스 빔의 민운기 대표님이 배다리 역사 문화 마을 만들기 활동 사례를 중심으로 주제 발표를 이어갔습니다.
[2.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의 배다리 마을 사례 주제 발표 현장]
배다리 마을 역시 도시화의 흐름 속에 휩쓸릴 뻔한 위기를 맞습니다. 1998년경부터 시작된 산업도로 공사와 2007년경부터 배다리 마을을 포함한 일대를 전면 철거하려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배다리 마을은 조선인 노동자들의 삶터이자, 산업, 교통, 교육의 중심지로서의 전통과 문화를 갖추고 있는 곳이었기에 주민들은 당연히 크게 반발하였습니다. 하지만 배다리 마을 사람들이 단순히 개발을 반대하기만 했다면, 배다리 마을은 재개발의 흐름에 휩쓸려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배다리 마을 사람들은 재개발 대신, 마을을 살릴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들은 유럽의 여러 도시들이 사회적 자본을 잘 활용하여 도시 살리면서 소득 수준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례에서 착안하여 배다리 마을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나가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배다리 마을은 말하자면 살아있는, 열려있는, 지붕이 없는 박물관이라는 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속도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역사문화를 기반으로 하여 생명과 생태계를 중시하는 마을로 바꾸어 나가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배다리 마을에는 건축 박물관이라고 보아도 무색할 정도의 시대적 흐름을 잘 보여주는 건축물들이 다수 있었기 때문에 이를 잘 살려나가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현재는 이런 노력이 모여 따로 투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리가 잡힌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 뿐만 아니라, 다락방 공간을 아벨 전시관이라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도 하고, 양조장을 수리하여 독특한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모든 일련의 과정의 가장 큰 원동력은 다름 아닌 주민들이었다고 합니다. 수동적으로 문화를 수용하고, 체험하는 수준을 넘어서, 시민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의 주체로 나서 문제해결의 방향을 설정해나가는 것 역시 주민들의 주도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주민들이 서로 모여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많이 가졌다고 합니다. 수평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기존에 있던 것들을 재활용해나가면서 쓰이지 않는 공간을 지역을 위해 쓸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고, 골목길을 막아 축제를 진행하는 등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이어나감과 동시에 새로운 매력을 더할 수 있도록 애썼습니다. 배다리 마을의 사례는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한 주민들의 적극적인 행동과 민관 협치의 힘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주제 발표자의 발표가 끝난 후에는 패널들과 시민들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이들의 질의 및 토론 내용을 들으면서, 군포시민들이 군포시를 문화도시로 만드는 데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군포시도시재생지원센터 김철수 센터장 센터장은 현재 군포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설명하며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였습니다. 현재 군포시는 도시재생관련 사업으로 총 1500억 원의 사업비를 소요하고 있습니다. 총 12개의 단위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건까지 고려하면 약 80%의 진척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자생조직인 군포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 중에 있습니다. 현재 창립총회를 마치고, 제반 여건을 구비하여 설립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주민 주도의 참여가 요구되는 사업 역시 지원하고 있는데, 올해는 9개의 단위 사업이 선정되어 상당수의 사업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레이터링, 뜨개질, 가죽 공예, 수제 맥주 만들기, 인두화 등 다양한 작품 활동과 취미 활동을 익히며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강좌를 개설하여 진행 중에 있다고 합니다.
이어 김경란 교수님이 두 번째 패널로 등장하여 앞선 주제 발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스페인 유학 시절 마드리드에서 느꼈던 도시 이야기를 들어 문화 도시의 의미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김경란 교수님이 스페인에서 유학을 하던 시절, 초창기에는 오토바이나 차가 위험하게 다니는 공간이었지만 이후 점차 걸어서 15분~20분이면 원하는 곳을 걸어서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김경란 교수님은 특히 걸으면서 사람들이 하게 되는 다양한 생각, 그 생각에서 나오는 아이디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중시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더불어 도시의 문화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보다는 더 장기적인 발전 가능성을 보는 일이라는 것도 강조했습니다. 당장 아파트를 지어서 건물을 올린다면, 당연히 이익을 보겠지만, 그것이 장기적으로 이 도시의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될지를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는 것이죠. 김경란 교수님의 말을 듣고 한 번 더 도시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문화도시로 거듭나는 순간이 조금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패널은 군포도시재생 기자단의 은지훈 기자였습니다. 은지훈 기자는 이번 주제 발표를 통해 사고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하면서, 도시재생이 번역과 맞닿아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말로 패널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도시가 품고 있는 누군가의 일상, 삶의 터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모두 연결하고 번역하려는 시도가 결국 도시재생 사업의 핵심인 것 같다는 은지훈 기자의 말은, 도시재생 사업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엿볼 수 있게끔했습니다. 은지훈 기자는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도시재생사업을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과 지원도 필요하지만, 주민들의 노력이 없다면 어떤 사업도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을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도시재생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더욱 열심히 발로 뛸 것임을 다짐했습니다.
[3. 주제 발표자와 토론을 위해 자리한 패널들]
[4~5.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는 시민의 모습]
이후 이어진 청중들의 질의응답은 때로는 날카롭게 군포시의 도시재생사업과 문화도시 사업의 문제를 짚었고, 때로는 따뜻하게 문화도시 군포시의 사업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공했습니다. 시민들의 목소리로 오늘의 토론회가 완성되어 더욱 의미 있는 토론회가 되었습니다.
한 도시가 탄생하고, 발전하고, 새로운 모습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주도하는 것은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사람들의 생각과 습관, 세월이 쌓인 공간을 새로운 모습을 바꾸어 나간다는 것은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꾼다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그래서 공익적 활동은 더욱 더 중요해 집니다. 더 많이 대화 해야하고, 깊이 고민하는 오늘과 같은 자리가 꼭 필요한 것입니다. 이런 노력은 현재까지도 이어지며, 군포시를 문화도시로 바꾸어 나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공익적 생각과 공익적 시각으로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