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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기자단] 동네 어른들의 품에서 서로 밥친구, 놀친구가 되는 곳. 헝겊원숭이운동본부

작성자
군포시공익활동지원센터
작성일
2022-05-10 09:27
조회
468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죠. 이 말은 한 아이가 온전하게 성장하도록 돌보고 가르치는 일은 한 가정만의 책임이 아니며, 이웃을 비롯한 지역사회 또한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인데요. 이런 마음을 가진 어른들과 연대하여 우리 이웃인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어주자는 마음으로 움직이는 군포시 금정에 위치한 “헝겊원숭이운동본부”의 김보민 이사장을 만났습니다. 아래 글은 김보민 이사장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엮어보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이 사라졌다.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살피는 어른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요즘 어른들은 너무 바빠요. 돈을 버느라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조차도 버겁고 힘든 일이 되어 버렸어요.”

이사장의 이야기를 듣고는,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질적인 풍요를 주는 것만이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일의 전부가 아님을 아는 어른들조차도 말이다. 단절되고, 각박해진 세상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어쩌면 그것 또한 어른들의 핑계가 아닐까 싶다.

“2016년 무렵 아동청소년사업 실무자들이 '유령에게 말걸기‘(글 김진경, 이중현 외 3명/문학동네)저자 김자경 선생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바보야, 문제는 헝겊원숭이야.‘라는 부분에서 당시 많은 선생님들이 깊은 공감을 했었어요. 그리고 나서 동네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들을 다시 되찾아 주자는 뜻이 모이게 되었죠. 이를 군포시에서 먼저 시작하게 되었고, 그 결과 약 185명의 헝겊원숭이를 자처한 어른들이 모였죠. 당시 실무자들도 많이 놀랐고, 이후 이들 중 약 70여명이 모여 발대식을 치른 것이 현 헝겊원숭이운동본부가 생기게 된 계기였어요.”

사단법인 헝겊원숭이운동본부의 처음은 이 시대의 '좋은 어른'의 부재를 인식하고, 이를 찾아내는 일로부터 시작되었다.

발대식 이후 ‘우리 동네의 좋은 어른이 되어주세요.’라는 요청에 약 20여명의 헝겊원숭이들이 ‘그럼 우리가 아이들과 뭘 하면 좋을까요?’라는 답과 질문이 자연스레 뒤따랐고, 이러한 고민들을 함께 구체화하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2018년 사단법인 헝겊원숭운동본부를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방학 때 밥을 잘 챙겨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의견을 받아 아이들이 혼자서도 쉽게 차려 먹을 수 있도록 구성한 '푸드박스' 보내주기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후 2019년도부터는 좀 더 따뜻한 밥 한 끼를 만들어 나누는 푸드트럭 사업을 통해 동네 아이들을 만났다.

"대체로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사회안전망의 기준 안에 들어가는 것이 다른 취약 계층에 비하여 좀 더 엄격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들이야말로 조건 없이, 기준 없이 누구나 경제적 혹은 정서적인 차별 없이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각했어요.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어른들을 찾고, 연계하고, 맺어주고 싶었습니다.“

우리 동네의 ’좋은 어른=헝겊원숭이‘를 찾아, 엮어, 함께 연대하는 곳

현재 헝겊원숭이운동본부는 밑반찬 배달, 푸드트럭과 같은 ’밥 거점 사업‘ 이외에도 장학금지원, 상급학교지원사업, 교육멘토링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부터는 군포시 당동에 '밥 먹고 놀자'라는 아이들 전용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헝겊원숭이 봉사자들과 도시락과 반찬을 만들어 배달해주거나 도시락을 신청한 아이들이 와서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매주 화, 금요일 저녁 7시까지 열려있는 이곳은 서로 안부도 확인하고, 같이 게임도 하며, 또 다른 친구들을 데리고 오기도 하는 등 아이들과 어른들이 같이 만들어가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한번은 친구를 통해 소개받고 온 아이가 "이렇게 다 무료로 해주면 선생님들은 어떻게 사냐?"고 물었다고 한다. "여기는 무료로 운영되는 곳이 아니야. 동네 이모와 삼촌들이 너희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조금씩 걷어 생긴 공간이야."라고 설명해주며, 아이들 누구나 마음껏 이용할 수 있게 열려있는 공간이지만, '공짜'로 이용하는 곳이니 우리가 당연히 받는 것이라는 인식보다는, 그 안에서 아이들 스스로가 주인인 마음과 소속감을 갖도록 한다. 김보민 이사장은 이렇게 느슨하지만 지속적으로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경험이 쌓이면 아이들은 '우리 동네는 믿을 만한 어른들이 그래도 많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감사하는 마음과 나누는 마음을 자연스레 알아가는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부터 작년 한 해 동안 헝겊원숭이운동본부를 통해 도시락 서비스를 이용한 아이들이 10,191명이나 되었다는 사실에 김보민 이사장도 많이 놀랐다고 한다. 그만큼 학교도 못 가고, 오롯이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하는 아이들이 늘어났다는 것이었다.

상당수의 아이들이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하여 단절된 관계, 제한된 활동으로 인한 학습, 정서적인 결손 등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어 이와 관련한 현장에서의 고민 또한 커지고 있다.

군포시에는 약 43개 아동청소년관련 기관, 학교, 기업체 등이 모여 만든 '청소년지원네트워크'를 운영 중이며, 관내 아동청소년 관련 정보나 사업, 이슈들을 공유하고 나누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기초학습저하, 청소년 인터넷 도박, 온라인 폭력 등의 문제가 심각하게 떠오르면서 헝겊원숭이운동본부에서도 이에 대한 고민이 크다.

마지막으로 김보민 이사장은 이곳이 '동네 복덕방같은 곳이기를 바란다'고 하며, 동네의 좋은 어른을 발굴하고, 그런 따뜻한 어른들의 손길을 중간에서 잘 전달하며, 그 마음을 느낀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돌아오면서 ‘좋은 어른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조금이라도 답하기 위해 자신의 작은 품을 내어 준 어른들이 내 주변에 많이 있음에 같은 동네 어른으로 감사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어떠한 기준과 조건 없이 모든 아이들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이런 뜻에 공감하는 동네의 '진짜 어른'들을 찾아, 아이들의 배와 마음이 고프지 않도록 하는 헝겊원숭이운동본부를 응원한다.